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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조작 가능하게 한 ‘크리스퍼 가위’가 암 유발할 수도” -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연구... 유전자 조작 중 유전 물질 10%나 상실 - 관련 세포 중 3∼9%는 손상된 염색체 아예 복구 못 해
  • 기사등록 2022-07-28 09:4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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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픽사베이




[트리니티메디컬뉴스=김여리 기자]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 Cas9)’는 유전자를 조작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이다. 유전자 가위는 동식물의 유전자에 결합해 특정 DNA 부위를 잘라내는 인공 효소를 말하는데, 제3 세대 기술로 불리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은 크리스퍼라는 RNA가 표적 유전자를 찾아가 DNA 염기서열을 잘라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암 등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하는 희귀난치병을 고치기 위해 이 기술을 이용해 유전자를 조작하는 것을 ‘크리스퍼 치료법’이라고 한다.

   

유전자 조작은 특정 부위의 DNA 염기서열에서 질병 유발에 관여하는 불필요한 염기를 잘라내 제거하거나, 손상 부위 복구, 또는 원하는 염기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크리스퍼 가위의 기원은 박테리아의 면역계에 있다. 박테리아는 바이러스의 크리스퍼(반복되는 특정 염기서열)를 이용해 바이러스를 제거한다. ‘Cas9’은 이런 크리스퍼를 인지해 DNA를 잘라내는 효소 단백질, 즉 가위 역할을 수행한다.

   

10년 전에 크리스퍼 가위 기술이 처음 공개되자 과학계의 반응은 뜨거웠다. 유전자를 편집해 질병을 고친다는 발상 자체가 기발하고 획기적이었다.

   

서울대 화학부 김진수 교수팀은 혈우병 환자의 소변에서 세포를 채취한 뒤 유전자를 교정해 정상으로 되돌리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2015년 7월의 일이다. 연구팀은 혈우병 환자의 소변에서 채취한 세포로 역분화 줄기세포를 만든 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이 세포를 정상으로 되돌렸다. 이어 교정된 줄기세포를 혈우병 생쥐에게 이식해 출혈 증상을 개선하는 성과를 얻었다.

   

사실, 김진수 교수 등 연구에 몸 담았던 학자들은 ‘유전자 조작’이나 ‘유전자 편집’이라는 용어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조작’ ‘편집’ 등 부정적인 용어가 불필요한 오해를 유발할 수 있어서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활용하는 것을 학술적으로는 ‘게놈 에디팅(genome editing)’이라고 하는데, 이를 적절한 우리말로 대체하기도 쉽지는 않은 일이다.

   

그 후, 크리스퍼 가위가 암, 간 질환, 유전 질환 등을 치료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계속 이어졌다.

   

그런데 최근 크리스퍼 가위 기술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사실이 이스라엘 학자들의 연구에서 밝혀졌다.

   

이 크리스퍼 가위 기술로 유전자를 편집한 T세포에서 유전 물질이 최고 10% 가량 상실되었고, 전체 유전체의 안정성도 떨어졌다는 것이다.

   

연구에 참여한 학자들은 “유전체의 이런 불안정화(destabilization)가 악성 종양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생명과학대 아디 바젤(Adi Barzel) 신경학 생물화학 부교수팀은 부서진 DNA가 항상 자체적으로 수리, 복구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의 연구는 “크리스퍼 가위로 DNA를 건드렸을 때 염기서열이 손상된다면 잠재적인 이해득실을 따져봐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이 연구 논문의 공동 교신저자인 우리 벤-데이비드 박사는 “인간 세포의 유전체는 종종 자연적으로 손상되지만 대개 자체 복구되곤 한다”면서 “하지만 손상된 염색체가 수리되지 않아 염색체 전체가 파괴되고 유전체가 불안정해지는 경우도 있다”라고 말해 이 연구의 의미를 우회적으로 설명했다.

   

이런 유전체 불안정화는 암에서 자주 관찰된다. 최악의 경우 암을 치료하려고 DNA를 건드렸다가 자칫 또 다른 악성 종양을 유발할 수도 있다.

   

바젤 교수팀은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의 잠정적 피해를 확인하기 위해 2020년 펜실베이니아대 연구팀의 임상실험을 그대로 재현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가 2020년 보건 당국의 승인을 받아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연구팀은 한 기증자로부터 분리한 T세포의 유전자를 크리스퍼 가위로 편집해 암세포를 표적으로 삼는 수용체가 발현하게 하는 연구를 수행했는데, 수용체의 합성 코드를 가진 유전자를 가위(Cas9)로 잘라내지 않고 T세포를 이식할 경우 이식 환자(recipient)의 세포를 공격할 위험성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T세포 유전체에서 정확히 같은 위치, 즉 2번, 7번, 14번 염색체를 크리스퍼 가위로 쪼갠 뒤 단세포 RNA 시퀀싱(염기서열 분석) 기술로 개별 세포의 해당 염색체 유전자가 어느 정도 발현하는지를 측정했다.

   

그 결과, 해당 유전 물질에 상당한 손상이 생긴다는 사실을 확인됐다. 예컨대 14번 염색체를 잘랐을 때는 약 5%의 세포에서 이 염색체 유전자가 거의 또는 아예 발현하지 않았다. 3개의 염색체를 동시에 건드리면 손상 범위가 더 컸다.

   

실제로, 세포의 9%는 14번 염색체, 10%는 7번 염색체, 3%는 2번 염색체에 발생한 손상을 복구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들 3개 염색체가 각각 감당할 수 있는 손상의 정도는 서로 달랐으며, 염색체별 손상 범위는 크리스퍼 가위가 각 염색체의 어느 지점을 잘랐는지에 따라 달랐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크리스퍼 가위로 유전자를 건드린 T세포의 9% 이상이 다량의 유전 물질을 상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일단 크리스퍼 가위를 쓸 때는 훨씬 정교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경고하고 “세포 손상을 줄이거나 손상된 세포를 제거해서 환자에게 투여하는 것도 잠재적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연구팀은 “그렇다고 크리스퍼 가위가 가진 엄청난 잠재적 가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바젤 교수팀은 성과가 기대되는 AIDS(후천성 면역결핍증) 치료법을 이 기술을 활용해 개발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크리스퍼 치료법의 잠재적 위험을 새롭게 조명하기 위한 연구였다”며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모든 측면을 시험해 해결 방법을 찾는 게 과학의 본질”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연구 결과는 최근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러지(Nature Biotechnology)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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